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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속 생각

우리는 누군가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영화 《원더》가 보여준 보이지 않는 마음

by 오기로운 2026. 10. 15.

처음 만난 사람을 바라볼 때 우리는 생각보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판단합니다.

 

표정이나 말투, 옷차림을 보고 성격을 짐작하기도 하고, 처음 나눈 몇 마디 대화만으로 잘 맞는 사람인지 아닌지 생각하기도 합니다.

 

물론 누군가를 만날 때 아무런 인상도 갖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상대방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으니 눈앞에 보이는 모습부터 받아들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런데 그 첫인상이 어느 순간 확신으로 바뀔 때가 있습니다.

 

조용히 있는 사람을 보면서 소극적인 성격이라고 생각하거나, 무뚝뚝하게 대답하는 사람을 보고 불친절하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원래 조용한 사람인지, 낯선 환경에 적응하고 있는 중인지, 아니면 그날 특별히 힘든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우리는 상대방이 보여준 한 장면만 보고 있을 뿐인데, 때로는 그 사람의 전체를 이해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원더》(2017)는 이런 모습을 어린아이들의 학교생활을 통해 보여줍니다.

 

주인공 어기 풀먼은 얼굴에 선천적인 차이를 가지고 태어난 소년입니다. 여러 차례 수술을 받으며 성장했고, 그동안 학교에

다니는 대신 집에서 어머니와 함께 공부해왔습니다.

 

그러던 어기가 처음으로 또래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입학하게 됩니다.

 

새로운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친구를 만나는 일은 많은 아이에게 익숙한 경험입니다. 하지만 어기에게는 그 모든 과정이 커다란 도전입니다.

 

처음 보는 아이들이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는 시선부터 견뎌야 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놀란 표정을 짓고, 누군가는 어기를 피하며, 또 다른 아이는 상처가 되는 말을 건넵니다.

 

하지만 어기는 단순히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견뎌야 하는 아이가 아닙니다.

 

우주와 과학을 좋아하고, 농담을 주고받기도 하며,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은 평범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는 어기가 학교에 적응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다가 조금씩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로 시선을 넓혀갑니다.

 

어기의 친구인 잭, 누나인 비아,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각자의 고민과 사정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어기 한 사람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같은 상황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누군가의 겉모습을 보면서 그 사람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까지 이해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영화 원더 2017년 홍보 포스터, 푸른색 배경에 우주비행사 헬멧과 가방을 착용한 소년 어기가 옆모습으로 서 있는 장면
영화 《원더》(2017) 홍보 포스터 ❘ © Lionsgate

 

 

처음 보이는 모습이 그 사람의 전부는 아닙니다

어기는 학교에 가기 전부터 사람들이 자신의 얼굴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고 있습니다.

 

낯선 사람이 놀라거나 시선을 피하는 일에도 익숙합니다.

 

그래서 어기가 새로운 학교에 가는 일은 단순히 수업을 잘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자신을 처음 보는 아이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이미 예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학교에 입학한 뒤에도 어기는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어 하면서 한편으로는 상처받을까 봐 두려워합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한 가지 질문이 떠오릅니다.

 

어기를 가장 힘들게 만드는 것은 다른 사람과 얼굴이 다르다는 사실일까요? 아니면 그 차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반응일까

요?

 

두 가지를 완전히 구분하기는 어렵겠지만, 영화에서 어기가 상처받는 여러 순간에는 주변 사람들의 행동이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어기와 가까이 지내기를 꺼리는 아이도 있고, 그의 외모를 이유로 놀리는 아이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 자체가 두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조금 조심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어기가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유로 그를 언제나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로만 바라보는 것입니다.

 

어기는 다른 사람의 배려가 필요한 순간도 있지만, 자신이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것이 분명한 아이이기도 합니다.

 

과학에 관심이 많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줄 알며, 친구와 장난치고 웃는 시간도 좋아합니다.

 

다른 아이들과 닮은 점이 많지만 처음 보는 사람들은 그의 얼굴에 먼저 주목합니다.

 

그러다 보니 어기가 가진 다른 모습들은 쉽게 보이지 않습니다.

 

이 장면은 우리가 평소 사람을 기억하는 방식과도 닮아 있습니다.

 

말수가 적은 사람, 공부를 잘하는 사람, 항상 밝게 웃는 사람처럼 한 가지 특징으로 누군가를 설명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 표현이 반드시 나쁜 의도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닙니다. 복잡한 정보를 쉽게 기억하기 위해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요.

 

하지만 그 특징 하나가 그 사람을 모두 설명한다고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도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분야가 있을 수 있고, 늘 웃는 사람에게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힘든 날이 있을 것입니다.

 

평소 조용한 사람이 친한 친구 앞에서는 누구보다 이야기를 많이 할 수도 있습니다.

 

같은 사람이라도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누구와 함께 있는지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어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얼굴의 차이는 어기가 가진 특징 중 하나이지만, 그것이 어기라는 사람을 전부 설명하지는 못합니다.

 

영화에서 어기와 가까워지는 친구들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그의 다른 모습을 알아갑니다.

 

처음에는 외모가 먼저 보였을지 모르지만,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웃다 보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농담을 즐기는

지, 무엇에 상처받는지 알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어기는 더 이상 외모가 다른 아이로만 보이지 않습니다.

 

함께 시간을 보내는 친구가 되는 것입니다.

 

이런 변화를 보면 누군가를 이해하는 일에 반드시 거창한 행동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상대방을 특별하게 대우하기보다, 처음 보이는 특징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평범하게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주는 것부터 시

작할 수 있습니다.

 

물론 현실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과 가까워져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상대방을 깊이 알아갈 기회가 없을 수도 있고, 굳이 친밀한 관계를 맺지 않는 것이 서로에게 더 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충분히 알지 못하는 사람에 대해 쉽게 단정하지 않을 수는 있습니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아직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어쩌면 누군가를 존중하는 태도는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아직 모르는 모습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을 햇살이 비치는 학교 복도에서 책가방을 멘 두 아이가 나란히 앉아 운동장을 바라보는 모습으로, 영화 원더의 우정과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을 표현한 AI 이미지
우리는 누군가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영화 《원더》가 보여준 보이지 않는 마음

 

 

친구에게 상처를 준 잭의 마음까지 이해해야 할까요?

어기는 학교에서 잭이라는 친구와 가까워집니다.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일은 어기에게 무척 중요한 경험입니다.

 

잭과 함께 수업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기는 조금씩 학교생활에 적응해갑니다.

 

그런데 할로윈에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집니다.

 

어기는 평소와 다른 가면을 쓰고 학교에 갔다가 친구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장면을 우연히 듣게 됩니다.

 

그곳에는 자신과 친하다고 믿었던 잭도 있습니다.

 

잭은 어기가 듣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다른 아이들 앞에서 어기에게 상처가 될 말을 합니다.

 

어기는 큰 충격을 받습니다.

 

낯선 아이의 놀림도 속상하지만, 자신을 이해한다고 믿었던 친구의 입에서 나온 말은 훨씬 아프게 느껴졌을 것입니다.

 

그동안 함께 웃고 이야기했던 순간들이 진심이었는지 의심하게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 장면이 마음에 남는 이유는 누구에게나 비슷한 경험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까운 사람이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나를 가볍게 이야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떨까요?

 

그 사람이 평소에는 친절하고 다정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도, 자신이 없는 자리에서 했던 말 때문에 관계 전체가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잭의 행동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그 때문입니다.

 

어기와 가까이 지내면서 그의 좋은 점을 알게 되었을 텐데, 왜 다른 아이들 앞에서는 그런 말을 했을까요?

 

영화는 이후 잭의 입장도 보여줍니다.

 

잭은 주변 아이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의식하고, 그들과 어울리는 과정에서 자신이 실제로 생각하는 것과 다른 말을 합니다.

 

다른 친구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어기와의 우정보다 앞섰던 순간이 있었던 것입니다.

 

여기서 조금 복잡한 질문이 생깁니다.

 

누군가가 잘못된 행동을 한 이유를 이해하게 되면, 그 행동까지 괜찮다고 받아들여야 할까요?

 

잭은 어기를 무조건 싫어하는 아이로만 그려지지 않습니다.

 

그에게는 어기와 함께한 시간도 소중합니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마음 때문에 어기에게 상처를 주는 선택을 하고 맙니다.

 

잭의 사정을 알게 되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 말이 어기에게 남긴 상처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이 차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상대방의 행동을 이해하는 것과 그 행동을 정당하다고 받아들이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누군가는 불안한 마음 때문에 거짓말을 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친구를 외면할 수도 있습니다.

 

그 행동이 어떤 마음에서 비롯되었는지 알게 되면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유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잘못된 행동이 괜찮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영화에서 잭과 어기의 관계가 다시 가까워지는 과정도 단순히 오해가 풀리는 일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잭은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마주해야 하고, 어기 역시 상처받은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친구라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용서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사과했다고 해서 이전의 신뢰가 즉시 돌아오는 것도 아닙니다.

 

어떤 관계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를 다시 이해하게 되지만, 어떤 관계에서는 이전처럼 가까워지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당사자가 겪은 일과 감정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그런데 영화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잭이 잘못된 선택을 했던 모습만으로 그를 완전히 나쁜 사람이라고 단정하지도 않습니다.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한 번의 잘못으로 상대방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그 행동에 책임지는 일은 필요하지만, 동시에 그 사람이 앞으로 어떻게 행동하는지도 살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원더》는 등장인물을 단순히 착한 아이와 나쁜 아이로 구분하지 않는 작품처럼 느껴집니다.

 

잭에게도 부족한 모습이 있고, 어기 역시 늘 밝고 씩씩하게 행동하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각자의 감정이 있고, 상황에 따라 실수하거나 상처받기도 합니다.

 

또 다른 친구인 서머의 태도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서머는 어기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자연스럽게 관계를 만들어갑니다.

 

어기를 도와줘야 하는 특별한 대상으로만 바라보기보다 함께 앉아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로 대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때로는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 무엇을 해주어야 할지 고민하기보다,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대하는 일이 더 중요할 수 있

습니다.

 

물론 '있는 그대로 대한다'는 말이 상대방이 겪는 어려움을 모른 척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필요한 배려는 하되, 그 사람이 가진 하나의 특징만을 중심으로 관계를 맺지 않는 것입니다.

 

어기와 친구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뿐 아니라, 실수한 사람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합니다.

 

한 사람이 보여준 행동에는 분명 책임이 따르지만, 그 행동 하나로 그 사람의 모든 모습을 설명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무조건 용서하거나 편을 들어주는 일이 아니라, 그 사람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살펴보면서도 그 행동의 결과를 외면하지 않는 태도에 가까울 것입니다.

 

 

늘 괜찮아 보이는 사람에게도 외로운 순간이 있습니다

《원더》에서 어기만큼 눈여겨볼 인물은 그의 누나 비아입니다.

 

비아는 어기를 사랑하고, 동생이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성장했는지 알고 있습니다.

 

가족들이 어기에게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도 이해합니다.

 

어기의 건강과 학교생활에는 부모가 특별히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있고, 비아 역시 그런 상황을 오랫동안 함께 경험해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비아에게 서운한 마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비아도 부모에게 관심받고 싶은 순간이 있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었으면 하는 날이 있습니다.

 

그런데 가족 안에서는 어기의 문제가 더 시급하게 여겨지는 일이 많습니다.

 

비아는 자신의 고민을 쉽게 꺼내지 못합니다.

 

동생이 겪는 어려움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속상함을 드러내는 일이 괜히 이기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이 모습이 영화에서 유난히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가족 중 누군가에게 많은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다른 가족들이 그 사람을 중심으로 생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습니다.

 

건강이 좋지 않은 가족을 돌보거나, 어린아이를 보살피거나, 힘든 일을 겪는 가족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시기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상황이 오래 이어지면 다른 가족의 마음은 상대적으로 덜 보일 때가 있습니다.

 

늘 잘해내는 사람,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사람에게는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비아도 가족에게는 믿음직한 딸입니다.

 

동생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자신의 몫을 잘해내려고 합니다.

 

하지만 잘 견디고 있다는 사실과 힘들지 않다는 사실은 같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참는 데 익숙한 사람일수록 주변에서는 그 마음을 알아차리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여기서 영화는 어기를 바라보던 우리의 시선을 비아에게로 옮깁니다.

 

처음에는 어기가 가족의 중심에 있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졌습니다.

 

그가 겪는 어려움을 생각하면 가족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비아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같은 가족의 모습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됩니다.

 

어기가 많은 관심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는 사실과 비아 역시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서로 모순되지 않습니다.

 

두 사람의 마음을 비교해 누구의 어려움이 더 큰지 결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를 뿐, 두 사람 모두 자신의 감정을 이해받고 싶어 합니다.

 

이 부분을 보면서 우리는 종종 누군가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지나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하

게 됩니다.

 

큰 문제가 눈앞에 있으면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별다른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는 사람은 괜찮다고 판단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민이 없다고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비아에게는 학교생활과 친구 관계에서 겪는 변화도 있습니다.

 

자신과 가까웠던 친구 미란다와의 관계가 달라지고, 새로운 환경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려 합니다.

 

그런데 가족들은 어기의 학교생활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 비아가 겪는 변화를 충분히 알아차리지 못하는 순간도 있

습니다.

 

비아의 고민이 어기의 어려움보다 작아서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그저 가족 안에서 상대적으로 덜 드러났을 뿐입니다.

 

이 점에서 영화의 구성 방식이 흥미롭습니다.

 

《원더》는 어기의 이야기만 따라가지 않고 주변 인물들이 바라본 상황도 보여줍니다.

 

같은 사건을 겪었더라도 사람마다 기억하는 장면이 다르고, 그 순간 느꼈던 감정 역시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드러냅니다.

 

우리는 자신의 입장에서 상황을 이해하는 데 익숙합니다.

 

내가 어떤 말을 들었는지, 상대방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그래서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먼저 떠올립니다.

 

그런데 상대방은 전혀 다른 장면을 기억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 사람이 당시 어떤 상황에 있었는지, 무엇을 걱정하고 있었는지 알게 되면 이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행동이 조금 다르게

보일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상황을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상대방의 사정을 듣더라도 여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행동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 누군가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무조건 뒤로 미룰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내가 알고 있는 이야기가 전부는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남겨두는 것만으로도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영화 속 비아는 그런 사실을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어기의 어려움이 사라져야 비아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기를 사랑하는 마음과 자신도 사랑받고 싶은 마음은 함께 존재할 수 있습니다.

 

가족을 배려하는 마음과 서운한 감정 역시 동시에 느낄 수 있습니다.

 

사람의 감정은 그렇게 단순하게 구분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어떤 감정이 옳은지 정해주는 일보다, 서로 다른 마음이 함께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 《원더》는 처음에는 외모가 다른 소년이 학교에 적응해가는 이야기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어기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마음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됩니다.

 

잭은 친구에게 상처를 주는 실수를 하지만, 그 안에는 또래 친구들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마음도 있습니다.

 

비아는 동생을 사랑하지만, 가족의 관심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있어야 했던 시간이 외롭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그들의 모든 행동이 정당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한 사람의 행동이나 겉모습만으로는 그 사람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이 조금 더 선명해집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삶을 처음부터 끝까지 알 수 없습니다.

 

같은 공간에 있었다고 해서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도 아니고,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고 해서 서로의 고민을 모두 이해하는 것도 아닙니다.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에게도 내가 알지 못하는 모습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를 이해하는 데는 자신이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조금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할 것입니다.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였을 때 곧바로 성격을 판단하기보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살펴보는 것, 늘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도 가끔은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물어보는 것처럼 말입니다.

 

물론 질문 하나로 모든 마음을 알 수는 없습니다.

 

상대방이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을 수도 있고, 자신의 감정을 설명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마음을 억지로 알아내려 하기보다 상대방의 속도를 존중하는 태도도 필요할 것입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내가 보고 있는 모습이 그 사람의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할 수는 있습니다.

 

《원더》가 남기는 이야기도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어기의 얼굴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깊이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

어집니다.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보이는 모습이 있습니다.

 

그리고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조금씩 알게 되는 모습도 있습니다.

 

어쩌면 사람을 알아간다는 것은 처음의 인상을 확신으로 굳히는 일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진 여러 모습을 발견하면서 내가

알고 있던 생각을 조금씩 바꾸어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누군가의 행동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면, 내가 아직 알지 못하는 사정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번쯤 해보는 것

은 어떨까요?

 

그 작은 여유가 상대방을 바라보는 시선을 조금 다르게 만들어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