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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과학

양파를 썰면 왜 눈물이 날까? 자극 물질과 눈물의 과학

by 오기로운 2026. 10. 29.

양파를 썰다 보면 어느 순간 눈이 따갑고 눈물이 흐르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다가 양파를 여러 번 자를수록 눈이 시리고, 잠시 작업을 멈추어야 할 만큼 눈물이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양파를 손으로 만지거나 껍질을 벗길 때보다 칼로 잘게 썰었을 때 이러한 현상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사실입니다. 양파를 자르는 행동이 눈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 보이는데도 눈에서는 즉각적인 반응이 일어납니다.

 

이는 단순히 양파의 냄새가 강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양파 내부의 세포가 손상되면서 특정한 화학 반응이 일어나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휘발성 물질이 눈을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양파를 자를 때 어떤 화학 반응이 일어나는지 살펴보고, 양파에서 만들어진 물질이 눈물을 유발하는 이유를 알아보겠습니다. 또한 양파를 손질할 때 눈의 자극을 줄이는 방법과 그 과학적 원리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양파를 썰 때 발생하는 휘발성 자극 물질이 공기 중으로 퍼져 눈물을 유발하는 과정을 표현한 AI 생성 이미지. 주방에서 손질한 양파 옆에 눈이 따가워 눈물을 닦는 여성의 모습을 담고 있다.
양파를 썰면 왜 눈물이 날까? 자극 물질과 눈물의 과학

 

 

양파를 자르면 어떤 화학 반응이 일어날까?

양파는 수많은 식물 세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각각의 세포는 세포막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세포 안에는 여러 종류의 물질이 존재합니다.

 

양파에는 황을 포함한 유기화합물과 이들에 작용하는 효소가 들어 있습니다. 이러한 물질들은 양파가 손상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서로 분리된 공간에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눈을 자극하는 물질이 계속해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칼로 양파를 자르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칼날이 양파의 조직을 통과하면서 세포막과 세포 내부의 구조가 손상되고, 이전에는 분리되어 있던 물질들이 서로 접촉하게 됩니다.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효소 중 하나가 알리이나아제(alliinase)입니다. 알리이나아제는 양파에 들어 있는 특정 황 함유 화합물에 작용하여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 내는 반응에 관여합니다.

 

이 과정에서는 1-프로펜설펜산(1-propenesulfenic acid)이라는 반응성이 높은 중간 물질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이 물질은 그대로 오랫동안 머무르기보다는 다른 화학 반응에 참여합니다.

 

여기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효소가 작용합니다. 바로 눈물 유발 인자 합성효소(lachrymatory factor synthase)입니다.

 

이 효소는 앞서 만들어진 중간 물질을 눈을 자극하는 화합물로 바꾸는 과정에 관여합니다. 그 결과 생성되는 대표적인 물질이 신-프로판싸이알 S-옥사이드(syn-propanethial S-oxide)입니다.

 

이 화합물은 양파를 자를 때 눈을 자극하는 주요 원인 물질로 알려져 있습니다. 휘발성이 있어 공기 중으로 이동할 수 있으며, 양파를 손질하는 사람의 눈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양파를 썰 때 눈물이 나는 이유는 양파 안에 이미 존재하던 눈물 성분이 밖으로 흘러나오기 때문이 아닙니다. 세포가 손상되면서 효소 반응이 시작되고, 그 결과 눈을 자극하는 새로운 물질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반응은 양파의 독특한 향과 맛을 만드는 황 함유 화합물의 변화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다만 양파의 향을 만드는 모든 화합물이 눈물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며, 향과 눈의 자극에 관여하는 화학 물질의 종류와 역할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화학 반응은 식물이 외부로부터 손상되었을 때 나타나는 방어와 관련된 화학적 특성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식물은 움직여서 위험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다양한 화학 물질을 만들어 외부 환경에 대응합니다.

 

양파의 자극 물질이 생성되는 과정은 식물 내부의 화학적 방어 체계와도 연결되어 있는 셈입니다.

 

 

양파의 자극 물질은 왜 눈물을 나게 할까?

양파를 자르면서 만들어진 휘발성 자극 물질은 주변 공기 중으로 퍼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이동한 물질이 눈의 표면에 도달하면 눈에서는 자극을 감지하는 반응이 일어납니다.

 

우리 눈의 표면은 항상 얇은 눈물층으로 덮여 있습니다. 눈물은 단순히 슬플 때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눈의 표면을 촉촉하게 유지하고, 이물질을 씻어 내며, 눈을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눈물은 크게 평소 눈의 표면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눈물과 외부 자극에 반응하여 증가하는 반사성 눈물 등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양파를 썰 때 흐르는 눈물은 주로 외부의 화학적 자극에 반응하여 나타나는 반사성 눈물입니다.

 

자극 물질이 눈의 표면에 닿으면 각막과 결막 주변에 분포한 감각신경이 자극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신호는 신경계를 통해 전달되며, 눈물샘에서 눈물 분비를 증가시키는 반응으로 이어집니다.

 

이때 눈물이 많이 만들어지는 것은 눈이 불편함을 느끼기만 하는 현상이 아닙니다. 눈의 표면에 도달한 자극 물질을 희석하고 씻어 내는 데 도움이 되는 보호 반응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양파를 손질하다 눈물이 흐르는 것은 눈이 외부 자극에 대응하는 과정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어떤 사람은 양파를 조금만 썰어도 눈물을 흘리고, 어떤 사람은 비교적 덜 불편해할까요?

 

눈의 자극 정도는 여러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양파의 종류와 상태, 손질하는 양, 눈과 양파 사이의 거리, 주변 공기의 흐름 등이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양파를 얼굴 가까이에서 자르면 자극 물질이 눈에 도달하기 쉬운 조건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공기가 자극 물질을 얼굴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이동시키면 눈에 닿는 양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개인마다 눈의 민감도나 눈물층의 상태가 다른 점도 불편함의 정도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같은 양파를 손질하더라도 모든 사람이 동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눈이 따가울 때 무심코 손으로 눈을 비비는 행동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양파를 만진 손에 자극 물질이 남아 있을 수 있으며, 눈을 강하게 문지르는 행동 자체도 눈 표면에 추가적인 자극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불편함이 느껴지면 양파를 자르는 일을 잠시 멈추고 눈을 비비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자극이 심하면 깨끗한 물이나 멸균 생리식염수로 눈을 씻어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양파로 인한 자극은 일시적이지만, 심한 통증이나 시야 이상이 지속된다면 단순한 양파 자극으로만 판단하지 말고 진료를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처럼 양파를 썰 때 발생하는 눈물은 양파의 화학 반응과 우리 몸의 감각신경, 눈물샘의 작용이 연결되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양파를 썰 때 눈물을 줄이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양파를 손질할 때 눈물을 줄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알려져 있습니다. 양파를 냉장고에 넣어두거나 날카로운 칼을 사용하는 방법, 환기를 시키는 방법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러한 방법은 모두 같은 원리로 작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방법은 자극 물질의 발생이나 이동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고, 다른 방법은 자극 물질이 눈에 닿는 것을 막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먼저 양파를 차갑게 한 뒤 손질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온도가 낮아지면 여러 화학 반응의 속도가 느려질 수 있고, 휘발성 물질이 공기 중으로 이동하는 정도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양파를 손질하기 전 잠시 차갑게 하면 눈을 자극하는 물질의 발생이나 이동이 줄어들어 불편함을 덜 느낄 수 있습니다.

미국안과학회에서도 양파를 손질할 때 눈물 발생을 줄이는 방법으로 양파를 미리 차갑게 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다만 양파를 냉장고에 넣었다고 해서 눈을 자극하는 반응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양파의 상태와 손질 환경에 따라 효과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방법은 날카로운 칼을 사용하여 양파를 자르는 것입니다.

 

무딘 칼로 양파를 누르듯이 자르면 조직이 더 많이 압축되거나 불규칙하게 손상될 수 있습니다. 반면 날카로운 칼을 사용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힘으로 양파를 자를 수 있습니다.

 

2025년 발표된 양파 절단에 관한 연구에서는 칼날의 날카로움과 자르는 속도에 따라 양파 조직에서 튀어나오는 미세한 액체 방울의 양과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관찰되었습니다.

 

특히 무딘 칼을 사용하거나 빠르게 자르는 조건에서는 더 많은 액체 방울이 튀어나올 수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날카로운 칼을 사용하고 부드럽게 자르는 방법이 이러한 방울의 분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 연구에서 직접 관찰한 것은 주로 액체 방울의 분출 현상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눈물의 양이 정확히 얼마나 줄어드는지까지 입증한 결과로 확대해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세 번째 방법은 작업하는 공간의 공기 흐름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양파에서 발생한 자극 물질이 눈으로 이동하지 않도록 환기를 시키는 방법입니다. 주방의 환기 장치를 사용하거나 창문을 열어 공기가 순환하도록 하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공기의 흐름이 양파에서 발생한 자극 물질을 얼굴 쪽으로 보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선풍기를 사용하더라도 바람의 방향에 따라 자극 물질이 오히려 얼굴 쪽으로 이동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단순히 바람을 강하게 만드는 것보다 자극 물질이 작업 공간 밖으로 배출되도록 하는 편이 적절합니다.

 

네 번째 방법은 눈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안경은 눈 주변을 완전히 막지 못하지만, 눈과 주변 공기 사이의 접촉을 줄일 수 있는 밀착형 보호안경은 자극 물질이 눈에 도달하는 것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양파를 자주 대량으로 손질해야 하는 환경이라면 이러한 물리적인 차단 방법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반면 입에 물을 머금거나 빵을 물고 양파를 썰면 눈물이 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들이 양파의

 

자극 물질 발생을 확실히 줄인다는 과학적 근거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특정 방법을 사용했을 때 눈물이 줄었다고 느끼더라도 양파의 종류, 손질 시간, 주변 공기 흐름 등 다른 조건이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칼이나 양파를 다룰 때는 눈물 예방뿐 아니라 손을 다치지 않도록 안전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눈물이 심하게 나 시야가 흐려진 상태에서는 칼질을 계속하기보다 잠시 작업을 중단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양파를 썰 때 눈물이 나는 현상은 우리가 평소에 쉽게 경험하는 일이지만, 그 안에는 식물 세포의 손상, 효소에 의한 화학 반응, 휘발성 물질의 이동, 감각신경과 눈물샘의 반응이 함께 작용하고 있습니다.

 

양파를 차갑게 하거나 날카로운 칼을 사용하고, 적절하게 환기하는 방법은 이러한 과정의 일부에 영향을 주어 눈의 자극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 당연하게 여겼던 작은 현상도 원인을 살펴보면 여러 과학적 원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다음에 양파를 손질하다 눈물이 난다면 단순히 매운 냄새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보다 양파의 화학 반응과 눈의 보호 작용이 함께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American Chemical Society, Molecule of the Week – syn-Propanethial S-oxide
https://www.acs.org/molecule-of-the-week/archive/p/syn-propanethial-s-oxide.html

Imai et al., Nature – An Onion Enzyme That Makes the Eyes Water
https://www.nature.com/articles/419685a

American Academy of Ophthalmology – No More Tears: Here's How to Chop Onions Without Crying
https://www.aao.org/eye-health/anatomy/stop-onions-from-making-you-cry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 Droplet Outbursts from Onion Cutting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125577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