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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심리학

분명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왜 항상 오래 걸릴까? 계획 오류 알아보기

by 오기로운 2026. 9. 7.

“이건 30분이면 끝나겠는데?”

 

시작하기 전에는 정말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해야 할 일도 많지 않아 보였고, 특별히 어려운 것도 없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해보니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하나씩 생깁니다. 필요한 자료를 찾는 데 시간이 걸리고, 중간에 수정할 것도 발견됩니다. 잠깐 확인하려고 열어본 것에 생각보다 오래 붙잡혀 있기도 합니다.

 

결국 30분이면 충분할 것 같았던 일은 한 시간이 지나도 끝나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런 일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음번에도 또 비슷하게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진짜 금방 끝날 거야.’

 

그리고 또 늦어집니다.

 

저도 하루 계획을 세울 때 가끔 시간을 너무 야무지게 씁니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중간에 남는 시간에는 다른 것 하나까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머릿속에서는 모든 일이 막힘없이 착착 진행됩니다.

 

현실에서는 그렇게 흘러가지 않을 때가 훨씬 많은데 말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사람들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완료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나 비용 등을 예상할 때 실제보다 낙관적으로 예측하는 경향을 설명하는 개념으로 계획 오류(planning fallacy)를 이야기합니다.

 

왜 우리는 지난번에도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는 것을 알면서 다음 계획에서는 또 시간을 짧게 잡는 걸까요?

분명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왜 항상 오래 걸릴까? 계획 오류 알아보기
분명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왜 항상 오래 걸릴까? 계획 오류 알아보기

 

 

계획 오류란 무엇일까?

계획 오류라는 개념은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과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가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어떤 일을 끝내는 데 걸리는 시간이나 필요한 자원을 예상할 때 지나치게 낙관적인 계획을 세우는 경향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과제를 일주일이면 끝낼 수 있다고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열흘이 걸리는 식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단순히 계획을 잘못 세운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계획 오류가 흥미로운 이유는 비슷한 경험을 이전에 했더라도 또다시 낙관적인 예측을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번에도 집을 정리하는 데 세 시간이 걸렸는데 이번에는 한 시간이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예전에 보고서를 작성할 때 예상보다 며칠 더 걸렸는데 새 보고서를 시작하면서 또 ‘이번에는 이틀이면 되겠지’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경험이라는 꽤 괜찮은 자료가 있는데도 계획을 세울 때는 그 자료를 충분히 활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모든 일의 시간을 항상 짧게 예상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익숙한 일인지,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얼마나 많은지, 충분한 경험이 있는지 등에 따라 시간 예측의 정확성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왜 지난번에 오래 걸렸다는 사실을 잊어버릴까?

계획을 세울 때 우리는 보통 앞으로 할 일을 머릿속으로 그려봅니다.

 

‘컴퓨터를 켜고 자료를 찾은 다음 글을 작성하고 마지막으로 확인하면 끝.’

 

이렇게 생각하면 과정이 꽤 단순해 보입니다.

 

문제는 현실에서 발생하는 작은 변수들이 이 머릿속 시나리오에는 잘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컴퓨터 업데이트가 시작될 수도 있고, 찾으려던 자료가 바로 나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생각보다 수정할 부분이 많을 수도 있고, 중간에 전화 한 통이 올 수도 있습니다.

 

각각은 별일 아닌 것처럼 보여도 하나둘 더해지면 예상했던 시간을 쉽게 넘깁니다.

 

특히 처음 해보는 일은 어느 부분에서 시간이 많이 필요한지조차 정확하게 알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계획을 세울 때는 이런 변수를 모두 하나씩 떠올리기보다 일이 정상적으로 잘 진행되는 모습을 중심으로 예상하기 쉽습니다.

 

반면 과거 경험을 살펴보면 조금 다른 정보가 있습니다.

 

‘지난번에는 한 시간 예상했는데 실제로 두 시간 반 걸렸네.’

 

이것은 꽤 직접적인 자료입니다.

 

그럼에도 새로운 계획을 세울 때는 지난번의 결과보다 이번 일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계획을 많이 세우면 오히려 더 정확해질까?

세부 계획을 세우는 것 자체는 분명 도움이 됩니다.

 

해야 할 일을 순서대로 정리하면 빠뜨리는 일을 줄일 수 있고, 어디서부터 시작할지도 명확해집니다.

 

그런데 계획을 아주 구체적으로 만들었다고 해서 시간 예상까지 반드시 정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모든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되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떠올리다 보면 ‘이 정도면 충분하겠는데?’라는 느낌이 더 강해질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외출 준비를 생각해보겠습니다.

 

씻는 데 10분, 옷 입는 데 5분, 가방 챙기는 데 5분.

계산하면 20분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입으려던 옷을 바꾸고, 찾던 물건이 보이지 않고, 현관까지 나갔다가 빠뜨린 것이 생각나 다시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계획표에는 없었던 시간입니다.

 

그래서 시간 계획에서는 각 단계에 필요한 시간만 더하는 것보다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길 여유까지 함께 생각하는 것이 현실적일 수 있습니다.

 

모든 변수를 미리 맞힐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변수인 것이니까요.

 

대신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 가장 완벽한 하루’를 기준으로 시간을 꽉 채우지 않는 겁니다.

 

 

시간을 조금 더 현실적으로 예상하려면?

가장 먼저 해볼 만한 것은 비슷한 일을 지난번에 실제로 얼마나 오래 했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느낌에 의존하기보다 기록을 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매번 외출 준비가 늦어진다면 다음에는 ‘몇 분이면 될 것 같은가?’를 다시 고민하기 전에 실제로 평소 준비하는 데 얼마나 걸렸는지 한 번 재볼 수 있습니다.

 

한 시간이라고 생각했던 집안일이 매번 두 시간 가까이 걸렸다면 다음 계획에서는 그 경험을 반영하는 편이 낫습니다.

 

또 계획 사이에 여유 시간을 남겨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여섯 시간이 있다고 해서 여섯 시간 전부를 할 일로 채우면 하나만 늦어져도 뒤의 일정이 차례로 밀립니다.

 

처음부터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릴 가능성을 남겨두면 계획 하나가 어긋났다고 하루 전체가 무너지는 일을 조금 줄일 수 있습니다.

 

큰 일은 작은 단계로 나눠보는 것도 좋습니다.

 

‘블로그 글 하나 쓰기’처럼 하나의 일로 생각하면 얼마나 걸릴지 막연할 수 있지만, 자료 확인, 초안 작성, 수정, 사진 준비, 업로드처럼 나누면 어느 부분에 시간이 필요한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계획이 늦어졌을 때 무조건 ‘내가 의지가 부족해서’라고 결론 내리지 않는 것도 필요합니다.

 

애초에 계획 자체가 현실보다 빡빡했을 가능성도 있으니까요.

 

 

 

하루가 끝났는데 계획표에 체크하지 못한 것이 잔뜩 남아 있으면 기분이 썩 좋지는 않습니다.

 

‘오늘은 왜 이것밖에 못 했지?’

 

저도 이런 생각을 먼저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실제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이 아니라, 처음부터 하루에 들어갈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일을 적어둔 날도 있습니다.

 

계획을 세울 때의 나는 꽤 대단합니다.

 

중간에 쉬지도 않고, 예상하지 못한 일도 생기지 않고, 집중력도 하루 종일 일정합니다. 현실의 나는 당연히 그렇게 움직이지 못합니다.

 

그래서 계획이 계속 밀린다면 실행하는 나만 탓하기 전에 계획을 세우는 내가 시간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볼 필요도 있습니다.

 

다음에 또 “이거 금방 끝나겠는데?”라는 생각이 든다면 지난번에는 실제로 얼마나 걸렸는지 먼저 떠올려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계획표에 빈칸이 조금 남아 있어도 괜찮겠습니다.

 

그 빈칸은 낭비하는 시간이 아니라, 현실에서 생길 일을 위한 자리일 수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