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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심리학

내가 직접 만든 것은 왜 더 특별하게 느껴질까? 이케아 효과 알아보기

by 오기로운 2026. 9. 8.

집을 정리하다 보면 쉽게 버리지 못하는 물건이 있습니다. 비싼 물건도 아니고 특별히 좋은 재료로 만들어진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손이 가지 않습니다.

 

직접 조립한 작은 가구일 수도 있고, 처음 만들어본 그릇이나 뜨개질 작품일 수도 있습니다. 모양이 조금 삐뚤거나 완성도가 높지 않아도 직접 만든 물건에는 묘한 애착이 생기곤 합니다.

 

요리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누군가 완성해준 음식을 먹을 때와 내가 직접 재료를 준비하고 조리해서 먹을 때 느낌이 조금 다릅니다. 어렵게 만든 음식이라면 맛을 보면서 ‘생각보다 잘 만들었는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왜 우리는 직접 만든 결과물을 조금 더 특별하게 느끼는 걸까요?

 

행동과학에서는 이와 관련된 현상을 이케아 효과(IKEA effect)라고 부릅니다. 사람이 어떤 물건을 만드는 과정에 직접 노력과 시간을 들이면 그 결과물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내가 직접 만든 것은 왜 더 특별하게 느껴질까? 이케아 효과 알아보기
내가 직접 만든 것은 왜 더 특별하게 느껴질까? 이케아 효과 알아보기

 

 

왜 이름이 ‘이케아 효과’일까?

이케아 효과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는 가구 브랜드와 심리학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이 이름은 소비자가 직접 조립하는 방식으로 유명한 IKEA(이케아)의 가구에서 착안했습니다. 완성된 가구를 그대로 구입하는 것과 달리 설명서를 보고 부품을 하나씩 조립해야 하는 제품이 많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불편한 과정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상자를 열고 부품을 확인하고, 설명서를 보면서 나사를 조이고, 잘못 조립했다면 다시 풀어야 합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오래 걸릴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과정을 마치고 완성된 가구를 바라보면 조금 다른 느낌이 생깁니다.

 

‘내가 이걸 만들었네.’

 

물론 처음부터 가구를 제작한 것은 아닙니다. 부품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정해진 설명서에 따라 조립했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직접 손을 움직여 완성했다는 경험이 더해지면서 결과물에 대한 애착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하버드대학교의 마이클 노턴(Michael Norton), 툴레인대학교의 대니얼 모천(Daniel Mochon), 듀크대학교의 댄 애리얼리(Dan Ariely)는 이러한 현상을 실험을 통해 살펴봤습니다.

 

연구에서는 참가자들이 직접 조립하거나 만든 물건과 이미 완성된 물건에 어느 정도의 가치를 부여하는지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자신의 노력이 들어간 결과물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이 현상에 연구자들은 ‘이케아 효과’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노력한 만큼 결과물에 마음이 붙는다

직접 만든 물건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를 단순히 ‘내 것이니까’라고만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미 완성된 제품을 돈을 주고 구입해도 그것은 내 물건입니다. 하지만 직접 조립하거나 만드는 과정에는 다른 요소가 하나 더 들어갑니다.

 

바로 나의 노력입니다.

 

예를 들어 똑같은 화분 두 개가 있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하나는 완성된 상태로 구입했고, 다른 하나는 직접 화분을 고르고 흙을 채우고 식물을 심었습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두 화분의 가격이나 모양이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화분에는 어떤 흙을 사용할지 고민했던 시간, 손에 흙을 묻히며 식물을 심었던 경험, 완성한 뒤 바라봤던 순간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결과물 하나에 나의 행동과 경험이 연결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그 물건을 보는 기준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직접 구운 쿠키가 모양은 제각각인데 유난히 맛있게 느껴지거나, 처음 그린 그림이 완성도와 상관없이 오래 기억에 남는 것도 비슷하게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결과물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물을 만들기까지의 과정까지 함께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만든 종이 한 장을 버리기 어려운 것도 비슷할까?

집에 아이가 있다면 종이 한 장 때문에 고민해본 경험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색칠한 종이, 종이접기, 삐뚤빼뚤한 글씨, 정체를 정확히 알기 어려운 그림까지 하나둘 모이다 보면 어느 순간 보관할 공간이 부족해집니다.

 

어른의 눈에는 평범한 종이처럼 보여도 아이에게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이거 버리면 안 돼.”

 

직접 색을 고르고, 손으로 그리고, 완성하는 과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이가 자신의 작품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모든 이유를 이케아 효과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작품에 담긴 추억이나 칭찬받았던 경험, 만든 당시의 감정 등 여러 요소가 함께 작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직접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이 결과물의 주관적인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이케아 효과와 연결해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어른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셀프 인테리어로 직접 칠한 벽, 처음 뜬 목도리, 몇 시간을 들여 조립한 프라모델처럼 직접 손을 댄 물건은 완제품을 구입했을 때와는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객관적인 가격과 내가 느끼는 가치가 반드시 같지는 않습니다.

 

 

직접 만들기만 하면 무조건 가치가 높아질까?

여기에서 한 가지 조건을 생각해야 합니다.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고 해서 모든 결과물을 좋아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케아 효과를 다룬 연구에서도 완성이라는 경험이 중요하게 나타났습니다. 만들다가 실패하거나 완성하지 못한 경우에는 같은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가구를 한참 조립했는데 결국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면 ‘내가 만들었으니 더 좋다’기보다 짜증이나 실망이 먼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조금 어렵더라도 마지막 나사까지 조이고 가구를 세웠을 때는 결과물을 바라보며 성취감을 느낄 가능성이 커집니다.

 

따라서 이케아 효과를 단순히 ‘고생하면 무조건 좋아진다’라고 이해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또 내가 만든 물건을 높게 평가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같은 가치를 느끼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몇 시간을 들여 만든 장식품은 나에게 매우 소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결과물 자체만 보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 차이를 모르고 있으면 내가 만든 결과물의 가치를 다른 사람도 똑같이 알아줄 것이라고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결과보다 과정이 물건의 의미를 바꾸기도 한다

요즘은 필요한 물건을 완성된 상태로 쉽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음식도 주문하면 집 앞까지 오고, 가구도 조립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직접 요리하고, 그림을 그리고, 식물을 키우고, 가구를 조립합니다.

 

물론 비용을 아끼기 위해 직접 하는 경우도 있고 취미나 필요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직접 해보는 과정 자체가 결과물에 다른 의미를 만들어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 역시 완성된 물건을 살 때보다 직접 손을 대서 만든 물건을 보면 사소한 부분까지 기억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만들 때는

‘괜히 시작했나’ 싶다가도 막상 완성하고 나면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됩니다.

 

그 물건이 객관적으로 더 훌륭해져서라기보다 그 안에 내가 보낸 시간이 들어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이케아 효과는 우리가 물건의 가치를 항상 가격이나 품질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때로는 작은 노력 하나가 평범한 물건을 ‘내가 만든 것’으로 바꿉니다.

 

그래서 다음에 직접 만든 무언가가 유난히 마음에 들어 쉽게 버리지 못하게 된다면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이 물건 자체일까, 아니면 이것을 완성했던 경험까지 포함한 것일까?

 

어쩌면 우리가 물건에 붙이는 가치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나의 시간과 노력도 함께 들어가 있는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