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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심리학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왜 자꾸 다른 일부터 하게 될까? 미루기 행동 알아보기

by 오기로운 2026. 9. 9.

해야 할 일이 분명히 있는데 이상하게 다른 일이 눈에 들어올 때가 있습니다.

 

컴퓨터를 켜고 일을 시작하려다가 책상 위가 지저분한 것이 갑자기 신경 쓰입니다. 잠깐 정리만 하려고 했는데 서랍까지 열어보게 되고, 휴대전화를 확인했다가 어느새 한참 시간이 지나기도 합니다.

 

해야 할 일을 모르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머릿속에서는 계속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제 진짜 시작해야 하는데.’

 

그런데 몸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습니다.

 

저도 할 일이 여러 개 겹치면 오히려 가장 중요한 일부터 시작하기보다 간단한 것부터 하나씩 건드릴 때가 있습니다. 분명 바쁘게 움직였는데 정작 하루가 끝날 때쯤 보면 가장 해야 했던 일은 그대로 남아 있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런 행동을 흔히 미루기라고 부릅니다.

 

영어로는 procrastination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단순히 일을 나중에 하는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어떤 일을 미루면 나에게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행동을 늦추는 현상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해야 할 일을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왜 자꾸 시작을 뒤로 미루게 되는 걸까요?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왜 자꾸 다른 일부터 하게 될까? 미루기 행동 알아보기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왜 자꾸 다른 일부터 하게 될까? 미루기 행동 알아보기

 

 

미루는 사람은 단순히 게으른 걸까?

해야 할 일을 미루는 모습을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설명은 ‘게을러서’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루기 행동을 단순히 게으름 하나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미루는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시험공부를 해야 하는데 갑자기 방을 청소하기도 하고, 보고서를 써야 하는데 밀린 이메일부터 정리하기도 합니다. 중요한

 

일을 시작하기 전에 사소한 업무를 열심히 처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겉으로 보면 꽤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지금 가장 해야 하는 일을 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미루기의 핵심이 단순히 활동량이 적다는 데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해야 하는 일에서 느끼는 부담이나 불편한 감정을 피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편한 행동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중요한 발표 자료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을 생각해보겠습니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크거나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파일을 여는 순간부터 마음이 불편할 수 있습니다.

 

반면 책상을 정리하는 일은 비교적 쉽습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고, 끝냈다는 느낌도 금방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일을 시작하는 대신 당장 마음이 편해지는 일을 선택하게 될 수 있습니다.

 

 

미래의 결과보다 지금의 기분이 더 가까이 느껴진다

미루기 행동을 이해할 때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시간에 따른 보상의 차이입니다.

 

해야 할 일을 지금 시작했을 때 얻는 좋은 결과는 대체로 미래에 있습니다.

 

오늘 공부하면 시험을 잘 볼 가능성이 높아지고, 오늘 운동하면 장기적으로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오늘 일을 시작하면 며칠 뒤 마감 직전에 고생할 가능성이 줄어듭니다.

 

하지만 그 보상은 지금 당장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반대로 일을 미뤘을 때 얻는 편안함은 즉시 느낄 수 있습니다.

 

공부 대신 영상을 보면 바로 재미있습니다. 복잡한 업무 파일을 닫으면 순간적으로 부담이 줄어듭니다.

 

즉 미래에는 손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현재의 불편함을 줄여주는 선택에 마음이 기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루기 행동을 연구하는 일부 심리학자들은 이를 단순한 시간 관리의 실패가 아니라 감정 조절과 관련된 문제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해야 할 일을 생각했을 때 생기는 지루함, 불안, 부담감, 좌절감 같은 감정을 당장 피하는 방법으로 미루기가 사용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그 편안함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미루고 나면 왜 오히려 마음이 더 불편해질까?

일을 미루는 순간에는 잠깐 마음이 편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시간이 지나면 남은 시간은 줄어들고 해야 할 일은 그대로 남습니다.

 

그러면 처음보다 더 큰 부담이 생길 수 있습니다.

 

‘아까 시작할걸.’

 

‘이제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

 

이런 생각이 들면서 불안해지고, 불안이 커지니 다시 그 일을 마주하기 싫어지는 상황도 생길 수 있습니다.

 

부담을 느낌 → 일을 미룸 → 잠깐 편안해짐 → 시간이 줄어듦 → 부담이 더 커짐

 

이런 식으로 반복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미루기는 조금 이상한 행동처럼 보입니다.

 

미래의 내가 더 힘들어질 것을 지금의 나도 어느 정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현재의 불편한 감정에서 벗어나는 것이 더 급하게 느껴지면 미래의 부담을 뒤로 넘길 수 있습니다.

 

결국 미루기는 ‘시간이 충분해서 나중에 하는 행동’이라기보다 때로는 지금 느끼는 감정을 미래의 나에게 넘기는 행동에 가까울 수도 있습니다.

 

 

완벽하게 하려는 마음도 시작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미루기 행동에는 여러 이유가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같은 원인이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중 한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완벽하게 해내고 싶은 마음입니다.

 

처음부터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시작의 기준이 높아집니다.

 

글을 써야 하는데 첫 문장부터 좋아야 할 것 같고, 운동을 시작하려는데 제대로 된 계획부터 세워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면 준비해야 할 것이 점점 많아집니다.

 

‘시간이 충분할 때 해야지.’

 

‘조금 더 알아보고 시작해야겠다.’

 

이렇게 시작 자체가 뒤로 밀릴 수 있습니다.

 

물론 완벽주의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미루는 것은 아니며, 미루는 사람 모두가 완벽주의적인 것도 아닙니다. 사람마다 상황과 이유는 다를 수 있습니다.

 

다만 시작하기 위한 기준을 지나치게 높게 잡으면 행동으로 옮기는 데 필요한 심리적인 부담도 커질 수 있습니다.

 

저도 뭔가 제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할수록 오히려 시작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일단 조금만 해보자’고 생각하면 생각보다 쉽게 시작되는 때도 있습니다.

 

시작하기 전 머릿속에서 상상한 일의 크기와 실제로 시작한 뒤 느끼는 일의 크기가 다를 때가 있는 것입니다.

 

 

미루기를 줄이려면 시작의 크기를 작게 만들어보자

미루기 행동을 줄이기 위해 흔히 ‘의지를 강하게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의지만으로 모든 상황을 해결하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해야 할 일을 바로 행동할 수 있을 정도로 작게 나누는 방법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 운동하기’ 대신 ‘운동복 입기’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보고서 완성하기’가 부담스럽다면 ‘문서 파일을 열고 제목 쓰기’처럼 첫 행동을 작게 정할 수도 있습니다.

 

‘한 시간 공부하기’보다 ‘책을 펴고 한 문제만 풀기’가 시작하기에는 훨씬 쉽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작은 행동 하나만으로 모든 일이 해결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다만 우리가 미루고 있을 때는 전체 일을 한꺼번에 생각하면서 시작 자체를 크게 느끼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생각하면 부담스럽지만 지금 할 행동 하나만 생각하면 진입 장벽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시작한 뒤에는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계속하기 쉬워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루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우리는 가끔 정말 쉬어야 해서 일을 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일정 자체를 다시 조정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지금보다 나중에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일도 있습니다.

 

이런 선택까지 모두 미루기라고 볼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의도적으로 일정을 조정하고 있는지, 아니면 해야 할 일을 피하기 위해 다른 행동을 하고 있는지 구분해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일을 시작하려다가 갑자기 책상을 정리하고 싶어진다면 잠깐 질문해볼 수 있습니다.

 

‘이 정리를 지금 꼭 해야 할까?’

 

‘아니면 하기 싫은 일을 피하려고 다른 일을 찾은 걸까?’

 

답을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다음 행동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미루기는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행동입니다.

 

해야 할 일을 미뤘다고 해서 그 사람의 성격 전체가 게으르다는 의미도 아닙니다.

 

때로는 일이 너무 크게 느껴졌을 수도 있고, 실패가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고, 지금 당장의 편안함이 미래의 결과보다 더 가까이 느껴졌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에 해야 할 일을 앞에 두고 자꾸 다른 행동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면 ‘왜 이렇게 게으르지?’라고 생각하기 전에 조금 다른 질문을 해볼 수 있습니다.

 

‘나는 지금 이 일 자체를 미루고 있는 걸까, 아니면 이 일을 시작할 때 느껴지는 불편한 감정을 미루고 있는 걸까?’

 

그리고 답을 찾았다면 일을 전부 끝내려고 하기보다 아주 작은 첫 행동 하나부터 시작해볼 수 있습니다.

 

때로는 가장 어려운 것이 일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처음 시작하는 몇 분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