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동안 기분 좋은 일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누군가 내 옷이 잘 어울린다고 말해줬고, 하던 일도 생각보다 잘 풀렸습니다. 점심도 맛있었고 오랜만에 반가운 사람과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그런데 저녁에 누군가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집에 돌아와 하루를 떠올려보니 이상하게도 즐거웠던 일보다 그 말이 먼저 생각납니다.
‘그 말을 왜 했을까?’
‘내가 뭔가 잘못했나?’
좋았던 일은 여러 개였는데 마음 한구석에는 불편했던 한 장면이 더 크게 남아 있습니다.
온라인에서도 비슷합니다. 내가 올린 글에 좋은 반응이 여러 개 달렸는데 그중 하나가 부정적인 내용이라면 이상하게 그 댓글만 자꾸 눈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왜 좋은 일과 나쁜 일이 함께 있을 때 우리는 나쁜 쪽에 더 쉽게 마음을 빼앗길까요?
심리학에서는 긍정적인 정보보다 부정적인 정보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거나 더 큰 영향을 받는 경향을 부정성 편향(negativity bias)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언제나 나쁜 일만 기억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상황과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고, 긍정적인 경험이 훨씬 강하게 남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같은 정도의 긍정적인 정보와 부정적인 정보가 있을 때 부정적인 쪽이 판단과 감정에 더 강한 영향을 주는 현상은 여러 심리학 연구에서 다뤄져 왔습니다.

칭찬은 여러 번 들었는데 지적 한마디가 마음에 남는다
회사에서 일을 하나 마쳤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동료 세 명이 결과가 좋다고 이야기했고, 한 사람은 수정하면 좋을 부분을 지적했습니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어떤 말이 가장 많이 생각날까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다들 잘했다고 했지.’ 보다 ‘아까 그 부분이 그렇게 별로였나?’ 라는 생각을 반복할 수도 있습니다.
숫자만 보면 긍정적인 평가가 세 개이고 부정적인 평가는 하나입니다. 그런데 마음속에서 느껴지는 비중까지 3대 1인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부정적인 정보 하나가 여러 개의 긍정적인 정보보다 더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사람에 대한 첫인상을 만들 때도 비슷한 일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좋은 특징이 여러 개 있다는 이야기를 듣다가 좋지 않은 특징 하나를 알게 되면 전체 인상이 크게 달라지기도 합니다.
이는 우리가 모든 정보를 같은 무게로 처리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왜 부정적인 정보에 더 민감할까?
부정성 편향을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관점 중 하나는 위험에 빠르게 반응하는 것이 생존에 중요했을 가능성입니다.
좋은 정보를 놓치는 것과 위험 신호를 놓치는 것은 결과가 다를 수 있습니다.
먹을 것을 하나 발견하지 못하면 다음 기회를 기다릴 수 있지만, 위험한 동물이나 위협적인 상황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훨씬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잠재적인 위험이나 손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도움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현대인의 일상에서 듣는 지적 한마디를 과거의 생존 위험과 그대로 연결해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의 심리 현상은 한 가지 이유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인간의 주의 체계가 긍정적인 변화뿐 아니라 위험이나 손실을 알리는 부정적인 정보에 빠르게 반응하는 경향을 갖고 있다는 관점은 부정성 편향을 이해하는 데 하나의 단서가 됩니다.
실제로 길을 걸을 때 평범한 풍경보다 갑작스러운 큰 소리나 위험해 보이는 움직임에 시선이 먼저 가는 것도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우리의 주의는 언제나 가장 즐거운 것을 향하기보다 때로는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을 향합니다.
부정적인 정보는 판단에도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부정성 편향은 단순히 기분 나쁜 일을 오래 기억하는 현상에만 해당하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이나 대상을 평가할 때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Roy Baumeister)와 동료 연구자들은 2001년 발표한 논문 ‘Bad Is Stronger Than Good’에서 여러 연구를 검토하며 나쁜 사건, 감정, 피드백 등이 좋은 것보다 더 강한 영향을 보이는 다양한 현상을 정리했습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 대한 긍정적인 정보를 여러 개 알고 있더라도 매우 부정적인 정보 하나를 새롭게 알게 되면 전체적인 평가가 크게 바뀔 수 있습니다.
반대 방향은 항상 같은 정도로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진 사람에게 좋은 특징 하나가 추가됐다고 해서 기존 인상이 곧바로 완전히 뒤집히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 사람에 대한 평가는 관계의 깊이, 정보의 신뢰도, 상황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나쁜 정보 하나는 좋은 정보 몇 개와 같다’처럼 일정한 숫자로 계산할 수 있는 현상은 아닙니다.
핵심은 긍정적인 정보와 부정적인 정보가 우리의 판단에서 반드시 동일한 무게를 갖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인터넷을 보면 세상이 더 나쁘게 느껴질 때가 있는 이유
부정적인 정보에 주의가 더 쉽게 끌린다면 우리가 접하는 콘텐츠를 볼 때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뉴스 목록을 생각해보겠습니다.
평범하게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뉴스가 되기 어렵습니다. 반면 사고, 갈등, 범죄, 경제적 위기처럼 평소와 다른 사건은 상대적으로 눈길을 끕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는 사람보다 문제가 생긴 사람이 적극적으로 경험을 공유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품 후기 열 개 중 아홉 개가 괜찮다는 내용이어도 별점 하나짜리 후기 하나를 발견하면 갑자기 구매가 망설여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부정적인 정보를 일부러 무시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제품의 단점이나 위험에 관한 정보는 실제 선택에 매우 중요할 수 있습니다.
다만 내가 지금 보고 있는 부정적인 정보가 전체를 대표하는지는 따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눈에 잘 띄는 정보와 실제로 가장 많은 정보는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부정성 편향을 알게 되면 ‘그러면 좋은 생각만 해야 하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불편한 감정이나 부정적인 정보를 무조건 밀어내는 것이 목표는 아닙니다.
문제가 생겼다면 살펴봐야 하고, 누군가의 지적이 타당하다면 받아들일 필요도 있습니다.
오히려 부정적인 정보가 눈에 들어왔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 정보 하나가 전체 상황을 대표한다고 판단하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는 것이 더 현실적입니다.
예를 들어 하루 동안 있었던 일 중 한 가지가 마음에 걸린다면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오늘 있었던 다른 일들은 어땠지?’
부정적인 일을 없던 것으로 만들자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속 화면이 한 장면에 지나치게 확대되어 있다면 잠깐 화면을 넓혀보자는 것입니다.
저도 기분 좋은 말을 여러 번 들었어도 마음에 걸리는 말 하나가 생기면 그쪽으로 생각이 계속 돌아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그 말이 정말 중요한 정보라서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부정적인 내용이라 유난히 크게 느껴지는 것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바로 결론을 내리기보다 다른 정보까지 함께 놓고 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루 전체와 한 장면은 다를 수 있다
하루가 거의 끝날 무렵 좋지 않은 일이 하나 생기면 ‘오늘 하루 완전히 망쳤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침부터 하루를 다시 떠올려보면 정말 하루 전체가 나빴던 것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좋은 일이 특별히 강하게 기억되지 않았을 뿐입니다.
무사히 도착한 출근길, 맛있게 먹은 점심, 누군가와 나눈 짧은 대화처럼 평범하게 좋았던 일은 금방 배경으로 사라질 수 있습니다.
반면 불편했던 한 장면은 계속 앞으로 튀어나옵니다.
부정성 편향이라는 개념이 흥미로운 이유는 우리가 지나치게 부정적인 사람이라는 사실을 말해주기 때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의 주의와 판단이 모든 경험을 똑같은 크기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음에 좋은 일 여러 개 사이에서 나쁜 일 하나만 계속 생각난다면 그 기억을 억지로 없애려고 하기보다 한 가지 질문을 해볼 수 있습니다.
‘이 일이 정말 오늘 하루에서 가장 큰 일이었을까, 아니면 부정적인 일이라 내 마음속에서 더 크게 보이고 있는 걸까?’
때로는 나쁜 일을 작게 만들 필요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던 나머지 좋은 일들을 다시 같은 화면 안에 놓아보는 것만으로도 하루를 조금 다르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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