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렇게 많았나 싶은 순간
무언가를 새로 사려고 알아보기 시작하면 갑자기 그 물건이 여기저기에서 보일 때가 있습니다.
자동차를 알아보고 있다면 길을 다닐 때 유독 그 차종이 자주 눈에 들어옵니다. 평소에는 별생각 없이 지나쳤던 차인데 한번 관심을 갖기 시작하니 신호를 기다릴 때도 보이고, 주차장에서도 보이고, 앞차로 달리고 있는 모습까지 계속 발견하게 됩니다.
‘원래 이 차가 이렇게 많았나?'싶을 정도입니다.
저도 어떤 물건에 관심이 생기면 비슷한 경험을 할 때가 있습니다. 가방 하나를 눈여겨보기 시작했는데 밖에 나가니 사람들이 그 가방을 유독 많이 들고 다니는 것 같고, 새로운 단어 하나를 알게 된 뒤에는 며칠 사이 여기저기에서 그 단어를 계속 발견하기도 합니다.
물론 정말 그 시기에 해당 물건이나 표현이 많아졌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주변 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내 관심이 달라진 뒤부터 전에 지나치던 정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하루에도 엄청나게 많은 것을 보고 듣습니다. 길을 걷는 동안 지나가는 자동차의 종류와 색깔, 사람들의
옷, 간판, 소리, 냄새까지 모두 의식하면서 다니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어떤 것에는 시선이 가고 어떤 것은 바로 앞에 있어도 기억에 남지 않습니다.
왜 같은 장소에 있어도 관심 있는 것은 유난히 잘 보이고, 관심 없는 것은 보고도 지나치는 걸까요?
이와 관련해 살펴볼 수 있는 개념이 선택적 주의(Selective Attention)입니다.
선택적 주의는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수많은 정보 가운데 특정한 정보에 주의를 집중하고 다른 정보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주의를 기울이는 과정을 말합니다.
모든 정보를 똑같이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금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에 주의를 더 배분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눈앞의 모든 정보를 똑같이 보고 있지 않다
우리는 눈을 뜨고 있다고 해서 눈앞에 있는 모든 것을 같은 정도로 인식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제가 카페에 앉아 있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테이블의 모양과 컵의 색, 옆자리 사람의 옷, 흘러나오는 음악, 창밖을 지나가는 자동차, 직원이 움직이는 모습, 의자의 촉
감 등 한 공간 안에도 수많은 정보가 있습니다.
그런데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면 대부분의 주의는 상대방의 말에 향합니다.
주변에서 음악이 계속 나오고 있었어도 나중에,
“아까 무슨 노래 나왔지?”라는 질문을 받으면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노래가 없었던 것이 아닙니다. 소리가 귀에 도달하지 않은 것도 아닐 것입니다. 다만 그 순간 나에게 중요한 정보가 아니어서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반대로 내가 좋아하는 노래의 익숙한 부분이 들리면 갑자기 음악이 귀에 들어올 수도 있습니다.
주변 환경은 그대로인데 내 주의가 향하는 곳이 달라진 것입니다.
이런 선택은 우리가 생활하는 데 필요하기도 합니다.
길을 건너면서 눈에 보이는 모든 간판의 글씨를 하나씩 읽고, 지나가는 사람의 옷을 전부 확인하고, 자동차의 번호까지 기억하려고 한다면 정작 신호나 접근하는 차량처럼 중요한 정보를 놓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상황에 따라 필요한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고 나머지 정보는 상대적으로 덜 처리합니다.
이 과정에는 현재 하고 있는 일뿐 아니라 관심이나 목표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살 계획이 전혀 없을 때는 길에 같은 차가 지나가도 특별히 기억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특정 차종을 구매 후보로 알아보기 시작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차의 실제 크기는 어떤지, 사람들이 많이 타는지, 어떤 색이 예쁜지 관심이 생깁니다.
그 순간부터 그 차가 나에게 의미 있는 정보가 되면서 이전보다 쉽게 주의를 끌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갑자기 세상에 그 자동차가 많아진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단어를 배운 뒤 그 단어가 자주 보이는 경험도 비슷하게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전에는 같은 단어를 봤더라도 의미를 모르거나 관심이 없어서 그냥 지나쳤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번 의미를 알고 나면
그 단어가 다른 글 속에 등장했을 때 훨씬 쉽게 발견됩니다.
‘최근 들어 이 단어를 정말 많이 쓰네.'라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예전부터 주변에 있었는데 이제야 내가 알아보기 시작한 것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확증편향이나 가용성 휴리스틱과는 어떻게 다를까?
선택적 주의를 알아보다 보면 지금까지 살펴본 몇 가지 심리 현상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특히 확증편향과 겹쳐 보일 수 있습니다.
확증편향은 자신의 기존 생각이나 믿음을 뒷받침하는 정보를 더 찾거나 받아들이고, 반대되는 정보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이 제품은 정말 좋은 것 같아.’
라는 생각을 이미 가지고 있을 때 긍정적인 후기에는 눈이 가면서 부정적인 후기는 여러 이유를 들어 넘긴다면 확증편향과
관련해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선택적 주의는 조금 다릅니다.
핵심은 어떤 결론을 지키려는 데 있다기보다 많은 정보 가운데 무엇에 주의를 집중하고 있는가에 있습니다.
자동차를 구매하려고 알아보던 사람이 길에서 해당 차를 계속 발견한다고 해서 반드시,
‘이 차는 좋은 차야.’
라는 믿음을 확인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현재 그 자동차가 관심 대상이 되었기 때문에 이전보다 잘 발견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26호에서 알아봤던 가용성 휴리스틱과도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용성 휴리스틱은 어떤 사례가 머릿속에 쉽게 떠오른다는 이유로 그 사건의 빈도나 가능성 등을 실제보다 높게 판단할 수
있는 경향과 관련됩니다.
뉴스에서 특정 사고를 여러 번 본 뒤,
‘요즘 이런 사고가 정말 많이 일어나는 것 같아.’
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한 예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선택적 주의에서는 판단보다 앞선 단계인 어떤 정보가 내 주의를 끌고 있는가에 초점을 둡니다.
물론 실제 생활에서는 이런 과정들이 깔끔하게 하나씩만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관심이 생겨 특정 정보를 더 자주 발견하고, 그렇게 발견한 사례가 기억에 많이 남으면서 실제보다 흔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즉 선택적 주의와 가용성 휴리스틱이 연달아 영향을 줄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상에서 어떤 현상을 발견했다고 해서,
‘이건 무조건 선택적 주의 때문이야.’
라고 단정하는 것은 조심해야 합니다.
실제로 유행이 시작돼 특정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이 늘었을 수도 있고, 새로운 단어의 사용 빈도가 정말 증가했을 수도 있
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많이 발견했다는 사실과 실제 세상에서 그 대상이 많아졌다는 사실은 반드시 같은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
다.
이 차이를 알고 있으면 내가 보고 있는 정보가 세상의 전체 모습인지, 아니면 현재 내 관심에 의해 선택된 일부인지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관심이 생겼다는 사실만으로 세상이 달라 보일 수도 있다
선택적 주의를 알고 나면 저는 오히려 우리가 무엇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가 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같은 하루를 보내도 어디에 주의를 두느냐에 따라 기억에 남는 것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카메라를 사고 싶은 사람은 거리에서 사진 찍기 좋은 장소를 발견할 수 있고, 식물을 키우기 시작한 사람
은 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화단의 꽃이나 나무가 눈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아이와 곤충을 찾아보기로 한 날에는 평소에는 그냥 걸었던 길에서 작은 벌레가 눈에 띌 수도 있습니다.
주변에 없던 것이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전에 지나쳤던 것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이런 특성은 생활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면 그 주제를 완전히 낯선 정보로 두기보다 일상에서 관련된 것을 찾아보는 것입니다.
심리학 개념 하나를 알게 된 뒤,
‘생활에서는 이런 장면이 어디에 있을까?’
라고 생각하고 다니다 보면 전에는 별생각 없이 지나쳤던 행동이 새롭게 보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조심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최근 어떤 문제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고 있다면 그와 관련된 장면만 계속 발견하면서,
‘왜 요즘은 이것밖에 안 보이지?’
라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실제로 그런 일이 늘어난 것인지, 아니면 내가 그 정보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것인지 구분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는 더 그렇습니다.
자동차를 알아보기 시작한 뒤 길에서 해당 차를 계속 발견했다고 해서,
‘이렇게 많이 타는 걸 보니 역시 이게 제일 좋은 차인가 봐.’
라고 바로 결론을 내릴 필요는 없습니다.
자주 발견된다는 느낌과 제품의 품질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는 내가 자연스럽게 발견한 정보만 믿기보다 원래 확인하려고 했던 기준을 다시 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가격은 적당한지, 필요한 기능이 있는지, 실제 사용 조건과 맞는지처럼 처음 정했던 기준을 의식적으로 확인하는 것입니다.
저는 선택적 주의를 알아보면서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말을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항상 일부러 다른 것을 무시한다는 뜻이라기보다, 애초에 우리가 모든 정보에 똑같은 주의를 줄 수 없기 때문에 지금 중요
하거나 의미 있다고 느끼는 정보가 먼저 들어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갑자기 특정한 물건이나 단어가 계속 눈에 들어온다면,
‘왜 요즘 이것만 이렇게 많지?’
라고 생각하기 전에 한번 떠올려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혹시 세상이 달라진 게 아니라 내 관심이 달라진 건 아닐까?’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에는 수많은 정보가 있지만 그중 무엇을 발견하는지는 매 순간 같지 않습니다.
어쩌면 새로운 관심이 생긴다는 것은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일이 아니라, 원래 주변에 있었지만 내가 보지 못했던 것을 발
견하기 시작하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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