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활 속 심리학

처음 들은 것도 기억나는데 왜 마지막에 들은 말도 잘 남을까? 최신 효과 알아보기

by 오기로운 2026. 9. 22.

중간에 들은 건 흐릿한데 마지막 말은 생각날 때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기억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마트에 가기 전에,

 

‘우유, 달걀, 두부, 양파, 휴지, 치약….’

 

하고 필요한 물건을 머릿속으로 외워봅니다.

 

분명 집을 나설 때는 전부 기억하는 것 같았는데 막상 마트에 도착하면 몇 가지가 빠집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처음 떠올

렸던 물건이나 집을 나서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생각했던 물건은 비교적 잘 기억날 때가 있습니다.

 

사람을 여러 명 연달아 소개받을 때도 비슷합니다.

 

첫 번째로 만난 사람은 기억나고 마지막에 소개받은 사람도 생각나는데, 중간에 만났던 사람들의 이름은 서로 섞이기도 합

니다.

 

공부할 때도 그렇습니다.

 

여러 개의 내용을 연속해서 읽은 뒤 바로 떠올려보면 방금 마지막으로 봤던 내용은 비교적 쉽게 생각나기도 합니다.

 

왜 정보가 제시된 순서에 따라 기억의 정도가 달라질까요?

 

전에 우리는 초두 효과(Primacy Effect)를 알아봤습니다. 여러 정보 중 앞부분에 접한 것이 상대적으로 기억에 잘 남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앞부분만 특별한 것은 아닙니다.

 

반대편인 마지막 부분의 정보가 상대적으로 잘 기억되는 현상도 있는데, 이를 최신 효과(Recency Effect)라고 합니다.

처음과 마지막이 상대적으로 잘 기억되고 중간 부분의 기억은 떨어지는 모습을 함께 살펴보면 계열 위치 효과(Serial

Position Effect)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처음 들은 것도 기억나는데 왜 마지막에 들은 말도 잘 남을까? 최신 효과 알아보기
처음 들은 것도 기억나는데 왜 마지막에 들은 말도 잘 남을까? 최신 효과 알아보기

 

 

마지막에 접한 정보는 아직 머릿속에 남아 있을 수 있다

최신 효과를 이해하려면 먼저 우리가 정보를 기억하는 과정이 항상 똑같지는 않다는 점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여러 단어를 차례대로 들은 뒤 곧바로 기억나는 것을 말해보라고 한다면 마지막에 들었던 단어들은 비교적 쉽게 떠올릴 수 있습니다.

 

아주 조금 전에 접한 정보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사과, 연필, 시계, 의자, 가방, 컵, 우산

 

이라는 단어를 차례대로 들었다고 해보겠습니다.

 

모든 단어를 똑같이 기억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제시된 위치에 따라 기억되는 정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앞부분의 단어는 처음 접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반복해서 생각하거나 처리할 기회가 생길 수 있습니다.

 

반면 마지막 부분의 단어는 방금 접한 정보라 바로 회상하기 쉬운 상태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목록을 들은 직후 기억나는 것을 말하게 하면 앞부분과 뒷부분의 정보가 중간보다 상대적으로 잘 기억되는 형태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신 효과에는 중요한 특징이 있습니다.

 

정보를 접한 뒤 곧바로 회상하지 않고 다른 일을 하게 하면 마지막 정보가 갖고 있던 이점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단어 목록을 들은 직후 바로 떠올리는 대신 잠시 다른 계산을 하거나 새로운 정보를 처리한 뒤 회상한다면 결과

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점 때문에 최신 효과는 단순히,

 

‘마지막에 들은 것은 오래 기억된다.’

 

라고 이해하면 정확하지 않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그 사이에 다른 정보를 처리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기억을 확인하는지 등에 따라 최신 효과의 크기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재미있었습니다.

 

마지막에 들은 말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고 해서 반드시 그 정보가 나에게 가장 중요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저 다른 정보보다 최근에 접해서 아직 쉽게 꺼낼 수 있는 상태였을 수도 있습니다.

 

 

초두 효과와 최신 효과가 함께 나타나는 이유

7호에서 알아본 초두 효과와 이번 최신 효과는 이름부터 서로 반대편에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나는 처음, 하나는 마지막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느 쪽이 더 잘 기억되는 걸까요?

 

답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여러 정보를 순서대로 제시했을 때 앞부분과 뒷부분의 기억이 중간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형태가 나타날 수 있는데, 이를 계

열 위치 효과라고 합니다.

 

앞부분의 정보가 잘 기억되는 현상을 초두 효과, 마지막 부분의 정보가 잘 기억되는 현상을 최신 효과라고 나누어 볼 수 있

습니다.

 

예를 들어 열 명의 이름을 연속해서 들었다고 해보겠습니다.

 

첫 번째나 두 번째 사람의 이름은 처음 들었기 때문에 조금 더 집중했거나 머릿속으로 반복할 시간이 있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개가 계속되면 새로운 이름이 쌓입니다.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쯤 되면 앞에서 들은 이름과 뒤에서 들어오는 이름이 서로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 마지막에 소개받은 사람의 이름은 바로 직전에 들었기 때문에 아직 쉽게 떠오를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처음과 마지막은 기억나는데 중간이 흐릿해지는 경험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접하는 모든 정보가 항상 이런 모양으로 기억되는 것은 아닙니다.

 

정보의 양, 제시되는 속도, 얼마나 집중했는지, 정보가 얼마나 익숙하거나 중요한지 등에 따라서도 기억은 달라질 수 있습

니다.

 

그리고 여기서 27호의 피크엔드 법칙과도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피크엔드 법칙 역시 마지막 순간을 중요하게 다루기 때문에 최신 효과와 비슷해 보입니다.

 

하지만 피크엔드 법칙은 여행이나 행사처럼 하나의 경험을 나중에 전체적으로 평가할 때 가장 강렬했던 순간과 마지막 순

간이 전체 경험에 대한 기억과 평가에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에 가깝습니다.

 

반면 최신 효과는 여러 개의 정보가 순서대로 제시됐을 때 뒤쪽에 제시된 항목이 상대적으로 잘 회상되는 현상을 다룹니다.

 

 

예를 들어 여행 마지막 날 기분이 좋았기 때문에 여행 전체를 더 좋게 기억한다면 피크엔드 법칙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반면 여행 준비물을 열 개 연속해서 들은 뒤 마지막 두세 가지가 바로 생각난다면 최신 효과와 더 가까운 상황입니다.

 

 

둘 다 ‘마지막’이 등장하지만 무엇을 설명하는지 자체가 다른 것입니다.

 

 

중요한 정보라면 순서만 믿지 말고 기억할 장치를 만들기

최신 효과를 알고 나면 정보를 전달하거나 공부할 때도 조금 다르게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우선,

 

‘마지막에 말하면 무조건 기억하겠지.’

 

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최신 효과는 바로 회상하는 상황에서 나타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거나 그 사이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그 이점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말 중요한 정보라면 단순히 순서에 기대기보다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것이 더 확실합니다.

마트에서 살 물건이 열 가지라면 머릿속으로 순서만 외우기보다 메모하는 것이 낫습니다.

 

해야 할 일이 여러 개라면 마지막에 들은 것만 기억하려 하기보다 체크리스트로 남길 수 있습니다.

 

공부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지막으로 본 부분이 바로 떠오른다고 해서 그 내용을 가장 잘 학습했다고 생각하면 조금 위험할 수 있습니다.

 

방금 봤기 때문에 쉽게 생각나는 것과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은 같은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책을 덮자마자,

 

‘오, 다 기억나는데?’

 

싶었는데 다음 날 생각해보니 거의 떠오르지 않았던 경험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마지막에 본 내용이 쉽게 떠오른다는 이유만으로 학습이 충분했다고 판단하기보다, 시간을 조금 둔 뒤 다시 떠올

려보는 편이 실제로 기억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최신 효과를 알아보면서 ‘지금 잘 생각난다’와 ‘잘 기억했다’는 조금 다른 말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금 들은 정보는 당연히 생생합니다.

 

하지만 그 생생함이 오래 유지될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반대로 중간에 들었던 내용이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고 해서 반드시 중요하지 않았던 것도 아닙니다.

 

단지 여러 정보 사이에 끼어 있어서 상대적으로 꺼내기 어려웠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 내용을 전달해야 할 때는 중요한 것을 처음이나 마지막에 배치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도 있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정말 기억해야 하는 것은 반복해서 확인하고, 메모하고, 시간이 지난 뒤 다시 떠올려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다음에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은 뒤 유독 처음과 마지막만 생각난다면,

 

‘중간 이야기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나?’

 

라고 생각하기 전에 이렇게 한번 떠올려봐도 좋겠습니다.

 

‘혹시 내용의 중요성보다 순서가 내 기억에 영향을 준 건 아닐까?’

 

우리의 기억은 정보를 녹음하듯 똑같이 저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같은 시간에 들은 정보라도 어디에 놓여 있었는지, 언제 다시 떠올렸는지에 따라 기억되는 정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처음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 이유가 있는 것처럼, 마지막이 선명하게 남는 데에도 기억의 순서가 한몫하고 있을 수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