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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심리학

같은 결과인데 왜 표현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까? 프레이밍 효과 알아보기

by 오기로운 2026. 9. 11.

같은 내용인데도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꽤 달라질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제품의 후기에 이런 문구가 있다고 해볼게요.

 

‘구매한 사람의 90%가 만족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꽤 괜찮은 제품처럼 느껴집니다. 90%면 대부분 만족했다는 이야기니까요.

 

그런데 같은 내용을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요?

 

‘구매한 사람의 10%는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가만히 생각하면 둘은 같은 말입니다. 90%가 만족했다면 나머지 10%는 만족하지 않았다는 뜻이니까요.

 

그런데 저는 두 문장을 볼 때 느낌이 똑같지는 않더라고요. 첫 번째 문장을 보면 ‘대부분 괜찮았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고, 두 번째 문장을 보면 ‘생각보다 불만족한 사람도 있네?’ 쪽에 눈이 갑니다.

 

숫자도 같고 내용도 같은데 말이죠.

 

이처럼 같은 정보라도 어떤 방식으로 표현되느냐에 따라 판단이나 선택이 달라질 수 있는 현상을 심리학과 행동경제학에서는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라고 합니다.

 

사진을 찍을 때 프레임 안에 어디까지 담느냐에 따라 같은 장소도 전혀 다르게 보일 때가 있잖아요. 정보도 비슷합니다. 무엇을 중심에 놓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사람의 느낌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같은 결과인데 왜 표현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까? 프레이밍 효과 알아보기
같은 결과인데 왜 표현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까? 프레이밍 효과 알아보기

 

 

성공률 80%와 실패율 20%, 정말 똑같이 느껴질까?

어떤 일을 앞두고 있다고 생각해볼게요.

 

“성공할 확률이 80%입니다.”

 

이렇게 들으면 일단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실패할 확률이 20%입니다.”라고 들었다면 어떨까요?

 

숫자로 따지면 정확히 같은 이야기입니다. 성공 확률이 80%라면 실패 확률은 20%니까요.

 

그런데 첫 번째 문장에서는 ‘성공’이라는 결과가 먼저 보이고, 두 번째 문장에서는 ‘실패’가 눈에 들어옵니다.

 

저도 이런 숫자를 볼 때 처음 제시된 표현에 생각보다 쉽게 영향을 받는 것 같습니다.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하면 일단 안심부터 되고, ‘실패할 수도 있다’고 하면 같은 확률인데도 한 번 더 고민하게 되거든요.

 

우리는 숫자를 보고 있으니 굉장히 객관적으로 판단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숫자가 같더라도 무엇을 강조해서 보여줬는지에 따라 받아들이는 인상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프레이밍 효과가 재미있는 이유도 바로 이 부분에 있습니다.

 

정보가 틀린 것이 아닌데도 표현 방식이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같은 상황을 다르게 보여줬더니 선택도 달라졌다

프레이밍 효과를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연구가 있습니다.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과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가 진행한 연구인데, 그중에서도 이른바 아시아 질병 문제(Asian disease problem)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연구에서는 참가자들에게 600명의 생명이 위험한 가상의 상황을 제시하고 대응 방법을 선택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참가자들에게 결과를 설명하는 방법을 다르게 했습니다.

 

한쪽에는 몇 명을 살릴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결과를 보여주고, 다른 쪽에는 몇 명이 사망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표현했습니다.

 

실제로 따져보면 서로 대응되는 결과였습니다.

 

그런데 표현 방식이 달라지자 사람들이 선택하는 경향도 달라졌습니다.

 

‘살릴 수 있다’는 식으로 결과가 제시됐을 때와 ‘잃을 수 있다’는 식으로 제시됐을 때 같은 상황을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진 것입니다.

 

처음 이 내용을 보면 조금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결과가 같은데 그냥 계산해서 고르면 되는 거 아닌가?’싶거든요.

 

그런데 일상생활을 떠올려보면 의외로 비슷한 일이 많습니다.

 

우리는 선택할 때 모든 정보를 하나씩 다시 계산하기보다 눈앞에 제시된 방식으로 먼저 상황을 이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실험 하나만으로 현실에서 하는 모든 선택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 결정에는 경험이나 가치관, 정보의 양, 선택의 중요성처럼 여러 요소가 함께 영향을 줍니다.

 

그래도 같은 내용이라도 표현하는 방법이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연구라는 점은 꽤 흥미롭습니다.

 

 

쇼핑할 때도 은근히 많이 만나는 표현이다

프레이밍 효과를 알고 나니 저는 광고나 쇼핑 문구도 조금 다르게 보였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 구매하면 2만 원 절약’이라는 문구가 크게 적혀 있다고 해볼게요.

 

‘2만 원이나 아낄 수 있네?’라는 생각부터 들기 쉽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중요한 것은 내가 얼마를 절약하느냐뿐 아니라 최종적으로 얼마를 지불해야 하느냐일 겁니다.

 

10만 원짜리를 2만 원 할인받아 8만 원에 사는 것과, 애초에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2만 원 절약’이라는 말 때문에 8만 원을

지출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니까요.

 

제품 후기에서도 비슷합니다.

 

‘10명 중 9명이 만족했다.’

 

이렇게 보면 상당히 긍정적으로 느껴집니다.

 

하지만 ‘10명 중 1명은 만족하지 않았다’고 바꾸면 조금 다른 부분이 보입니다.

 

그렇다고 광고에서 긍정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저라도 뭔가를 소개한다면 좋은 점부터 이야기하고 싶을 것 같아요.

 

다만 소비하는 입장에서는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문장이 전체 정보 중 어느 부분을 강조하고 있는지 한 번 확인해볼 필요는 있습니다.

 

표현을 반대로 바꿔봤을 때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인지 생각해보는 것이죠.

 

 

숫자가 들어가면 더 객관적으로 보이는 이유

숫자가 들어간 문장은 왠지 더 믿음직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성공 가능성이 높습니다.’보다는 ‘성공률 90%입니다.’가 훨씬 구체적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숫자가 있다고 해서 표현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성공률 90%와 실패율 10%는 같은 숫자를 다른 방향에서 바라본 것입니다.

 

‘10명 중 9명 만족’과 ‘10명 중 1명 불만족’도 마찬가지입니다.

 

숫자 자체가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숫자를 앞에 보여주느냐에 따라 우리가 먼저 보는 부분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숫자를 한 번 반대로 바꿔보는 것도 꽤 괜찮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성공률이 80%라면 실패 가능성은 20%.

 

만족도가 95%라면 만족하지 않은 비율은 5%.

 

할인 금액이 3만 원이라면 결국 내가 내야 하는 금액은 얼마인지.

 

이렇게 한 번 뒤집어보면 처음에는 크게 보였던 장점이 생각보다 작아 보일 수도 있고, 반대로 처음에는 걱정됐던 위험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걸 알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표현 차이가 프레이밍 효과인 것은 아니다

여기서 하나 헷갈릴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말을 긍정적으로 하면 전부 프레이밍 효과일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단순히 예쁜 표현을 사용하거나 좋은 말을 한다는 의미와는 조금 다릅니다.

 

프레이밍 효과에서 중요한 것은 같거나 비슷한 사실을 어떤 틀에서 보여주느냐입니다.

 

컵에 물이 절반 들어 있다고 해볼게요.

 

‘물이 절반이나 남았다.’라고 할 수도 있고, ‘물이 절반밖에 남지 않았다.’ 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컵 속에 들어 있는 물의 양은 그대로입니다.

 

그런데 첫 번째 표현에서는 남아 있는 물에 눈이 가고, 두 번째 표현에서는 없어진 물이 먼저 떠오릅니다.

 

정보를 바꾼 것이 아니라 바라보는 방향을 바꾼 셈입니다.

 

그래서 프레이밍 효과를 단순히 ‘긍정적으로 말하면 좋아 보인다’ 정도로 이해하기보다는 어떤 부분을 중심으로 정보를 보여줬는지가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이해하는 편이 더 자연스럽습니다.

 

 

중요한 선택이라면 문장을 한 번 뒤집어보기

프레이밍 효과를 안다고 해서 광고 문구를 볼 때마다 ‘나를 속이려고 하는 건가?’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어떤 정보를 전달하든 결국 하나의 방식으로 표현해야 합니다.

 

좋은 점을 먼저 말할 수도 있고 위험한 부분을 먼저 알려줄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제가 한쪽 표현에만 끌려가지 않는 것 같습니다.

 

특히 돈이 많이 들어가거나 결과가 중요한 선택이라면 저는 앞으로 숫자를 한 번 반대로 바꿔보는 습관을 들여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90%가 성공한다.’라는 말을 봤다면, ‘그럼 10%는 실패한다는 뜻이네.’ 까지 생각해보는 겁니다.

 

반대로 ‘실패 가능성이 10%나 있다.’라는 문장이 걱정된다면, ‘그러면 성공할 가능성은 90%구나.’ 라고 다시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 더 맞는 표현을 찾는 것이 아니라 두 표현을 모두 놓고 보는 것입니다.

 

저는 프레이밍 효과를 찾아보면서 ‘같은 숫자인데 뭐가 그렇게 다르겠어?’라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일상적인 문장으로 바꿔보니 생각보다 느낌 차이가 컸습니다.

 

특히 할인이나 후기처럼 평소 자주 보는 문구에 대입해보니 더 쉽게 이해됐고요.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정보를 보면서 선택합니다.

 

그때마다 모든 숫자와 조건을 처음부터 계산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눈에 먼저 들어온 표현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 겁니다.

 

다만 어떤 표현이 유난히 좋아 보이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불안하게 느껴진다면 잠깐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걸 반대 방향으로 표현하면 어떻게 보일까?’

 

같은 정보를 한 번 뒤집어봤는데도 여전히 같은 선택을 하고 싶다면 적어도 처음 보았던 문구 하나에만 끌려서 결정한 것은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프레이밍 효과를 알아두는 이유도 모든 표현을 의심하기 위해서라기보다, 같은 사실도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꽤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는 걸 한 번 더 떠올리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